디자이너에서 PM으로: 피그마, 프로덕트 씽킹의 비밀
3년 전, 내가 던진 질문: '더 나은 프로덕트를 만들 수 없을까?'
솔직히 말해보자. 디자이너로서 6년을 보내면서, 내가 만든 디자인이 '왜' 이렇게 나오는지,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는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에 깊이 파고들지 않을 때가 많았다. 마감과 클라이언트의 요구에 쫓기다 보면, 결국 '보기 좋은' 결과물에 집중하기 십상이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단순히 예쁜 픽셀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은가, 아니면 진짜 문제를 해결하는 제품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은가?'
이 질문은 나를 AI 스타트업의 PM 자리로 이끌었다. 개발자가 아닌, 디자인 실무 경험을 가진 PM으로서. 그리고 지난 3년간, 나는 디자인 툴인 피그마(Figma)가 어떻게 나의 프로덕트 씽킹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는지 깨닫게 되었다. 오늘은 그 여정을, 그리고 왜 디자이너 출신 PM에게 피그마가 강력한 무기가 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1. '보여주기'에서 '이해시키기'로: 와이어프레임의 재발견
디자이너 시절, 피그마는 주로 최종 UI 디자인을 뽑아내는 캔버스였다. 하지만 PM이 되고 나니, 피그마는 완전히 다른 용도로 쓰이기 시작했다. 바로 **'생각을 구조화하고 공유하는 도구'**로서 말이다.
- 복잡한 아이디어의 시각화: 머릿속에 떠오르는 수많은 기능 아이디어를 피그마의 프레임과 컴포넌트로 빠르게 그려낼 수 있었다. 단순히 UI 레이아웃을 잡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 흐름(User Flow)과 정보 구조(Information Architecture)를 명확하게 시각화하는 데 집중했다. 이것이 바로 프로덕트 씽킹의 핵심이다. '이 기능이 왜 필요하고, 사용자는 어떤 경로로 이 기능에 도달하며, 어떤 결과를 얻게 될까?'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피그마에서 찾았다.
- 개발팀과의 효과적인 소통: 이전에는 디자이너가 만든 최종 결과물만 개발팀에 전달했다. 하지만 이제는 기획 단계부터 피그마를 활용해 다양한 시나리오와 예외 케이스를 미리 시각화하여 공유한다. 개발팀은 단순히 '만들어라'가 아니라, '왜 이렇게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맥락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이는 불필요한 커뮤니케이션 비용을 줄이고, 더 나은 기술적 의사결정을 돕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2. '예쁘게'를 넘어 '기능적으로' : 프로토타이핑의 힘
피그마의 프로토타이핑 기능은 단순히 클릭 가능한 디자인을 만드는 것을 넘어선다. PM으로서 이는 제품의 작동 방식을 직접 테스트하고 검증하는 강력한 수단이 된다.
- 사용자 경험(UX) 사전 검증: 실제로 작동하는 듯한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내부 팀원이나 잠재 사용자에게 보여주고 피드백을 받는다. '버튼을 눌렀을 때 어떤 화면으로 이동해야 하는가?', '이 과정에서 사용자가 혼란스러워하지는 않을까?' 와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을 실제 작동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인터랙션을 통해 얻을 수 있다. 이는 출시 전에 수많은 시행착오를 줄여주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 빠른 아이디어 반복(Iteration): 피그마의 컴포넌트 시스템과 스타일 가이드를 활용하면, 디자인 변경 사항을 일관성 있게 적용하기 용이하다. 프로토타입을 수정하고 다시 테스트하는 과정이 매우 빨라진다. '이것보다 더 나은 방법은 없을까?' 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고, 피그마를 통해 빠르게 검증하며 최적의 솔루션을 찾아나갈 수 있었다. 이는 마치 AI 모델을 튜닝하는 과정과도 비슷했다.
3. '디자인 툴'이 아닌 '협업 툴' :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의 시작
피그마는 단순히 디자인을 위한 도구가 아니다. 특히 AI 스타트업처럼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서는 모든 팀원이 같은 정보를 공유하고 협업하는 허브 역할을 한다.
- 단일 진실 공급원(Single Source of Truth): 디자인, 와이어프레임, 프로토타입, 심지어 간단한 사용자 시나리오까지 모두 피그마 안에 정리된다. 이는 정보의 파편화를 막고, 모든 팀원이 최신 상태의 정보를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다. PM으로서 나는 이 '단일 진실 공급원'을 통해 전체 프로덕트 로드맵과 기능 우선순위를 명확하게 관리할 수 있었다.
- 데이터와 디자인의 연결: 물론 피그마 자체에 정량적인 사용자 데이터가 쌓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피그마에서 만든 디자인과 프로토타입을 기반으로 A/B 테스트를 설계하고, 실제 사용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다시 피그마 디자인에 반영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사용자들은 이 버튼을 더 많이 클릭하는가?', '이 플로우에서 이탈률이 높은 이유는 무엇인가?' 와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 이를 다시 피그마에 시각화하여 개선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는 마치 코드를 짜지 않고도 AI 모델의 성능을 개선하는 것과 같은 짜릿함이었다.
디자이너 출신 PM, 피그마로 무장하다
PM으로서 3년, 나는 디자이너 시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왜'라는 질문에 더 집착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왜'에 대한 답을 찾고, 팀원들과 공유하며, 더 나은 프로덕트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피그마는 나의 가장 강력한 무기였다. 코드를 직접 짜지 않아도, 생각을 명확하게 시각화하고, 사용자의 경험을 깊이 이해하며, 데이터를 바탕으로 논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는 능력. 이것이 바로 피그마가 디자이너 출신 PM에게 선사하는 프로덕트 씽킹의 힘이다.
아직도 나는 완벽한 PM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배우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디자인 툴에 대한 깊은 이해는 복잡한 프로덕트를 더 명확하게 보고,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강력한 시각적 사고 능력을 길러준다는 것이다.
당신은 당신의 디자인 툴을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활용하고 있습니까? 그리고 그 툴이 당신의 '사고방식'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다고 생각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