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북 에어 M3로 회귀한 PM의 고백 - 프로가 답이 아니었던 이유
맥북 에어 M3로 회귀한 PM의 고백 - 프로가 답이 아니었던 이유
작년 3월, 나는 맥북 프로 16인치(M3 Pro, 36GB RAM)를 질렀다. 디자이너 출신 PM으로서 "프로페셔널은 프로를 써야지"라는 이상한 자존심 때문이었다. Figma 파일 수십 개 열고, Notion 수백 페이지 돌리고, 슬랙 워크스페이스 5개 동시 접속. 당연히 에어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지난주 맥북 에어 15인치(M3, 16GB)로 다운그레이드했다. 아니, 정확히는 업그레이드했다. 생산성이 27% 올랐다. 어떻게 측정했냐고? RescueTime 데이터가 증명한다.
프로를 포기한 진짜 이유: 무게가 아니라 마찰
맥북 프로 16인치는 2.15kg이다. 에어 15인치는 1.51kg. 640g 차이. 숫자로는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이건 행동 패턴의 문제다.
PM으로서 내 하루를 분석해보면:
- 08:00-10:00: 홈 → 카페 이동, 아침 리뷰
- 10:00-18:00: 오피스 업무, 미팅 4-5개
- 18:00-21:00: 카페/집 이동, 마무리 작업
- 21:00-23:00: 사이드 프로젝트 or 학습
프로를 쓸 때는 이동 저항이 생겼다. "노트북 챙기기 귀찮은데 아이패드로 할까?" → 결과: 생산성 50% 저하. 아이패드로 Figma 디테일 체크는 불가능하다. 슬랙 스레드 5개 동시 확인도 비효율적이다.
에어로 바꾼 후 3주간 측정한 데이터:
- 노트북 휴대 빈도: 주 3회 → 주 7회
- 평균 작업 장소: 1.2곳 → 2.8곳
- "딥 워크" 시간(RescueTime 기준): 일 3.2h → 4.1h
무게 640g 차이가 행동의 마찰계수를 바꿨다. 디자이너 출신으로서 이건 UX 설계와 똑같다. 클릭 한 번 줄이면 전환율이 20% 오르는 것처럼.
8GB RAM 논쟁의 진실: 워크플로우를 측정하라
"8GB는 2025년에 말이 안 된다"는 의견이 많다. 맞다. 하지만 **16GB면 충분한가?**라는 질문에는 워크플로우 분석이 필요하다.
내 실제 메모리 사용 패턴 (Activity Monitor 1주일 평균):
프로 36GB 시절:
- Chrome 탭: 평균 67개 (최대 102개)
- Figma 동시 파일: 8-12개
- Notion 페이지: 상시 20+ 페이지
- 기타: Slack, Linear, Obsidian, Spotify
- 평균 메모리 사용: 24GB
- 스왑 사용: 거의 없음
에어 16GB 현재:
- Chrome 탭: 평균 28개 (최대 45개)
- Figma 동시 파일: 3-4개
- Notion 페이지: 상시 8-10 페이지
- 평균 메모리 사용: 12.8GB
- 스왑 사용: 일 평균 2.3GB
놀라운 건, 생산성이 떨어지지 않았다는 거다. 오히려 올랐다. 왜?
탭 67개는 "혹시 필요할까봐" 열어둔 것들이었다. PM으로서 정보 수집 강박이 있었다. 16GB 제약은 강제 우선순위화를 만들었다. 지금 이 순간 필요한 3-4개 태스크에만 집중하게 됐다.
Figma도 마찬가지. 12개 파일 동시 열기는 "멀티태스킹"이 아니라 컨텍스트 스위칭 헬이었다. 디자이너 출신 PM이라고 동시에 여러 프로젝트를 효율적으로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뇌과학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럼 8GB도 괜찮다는 거냐?
아니다. 8GB는 2025년 PM에게 부족하다. 내 최소 요구사항:
- Chrome + Figma + Notion + Slack 동시 실행: 10-12GB
- 여유분 (OS, 캐시): 2-3GB
- 최소 스펙: 16GB
다만, 32GB+는 영상 편집자나 개발자(Docker 다중 컨테이너) 영역이다. PM/디자이너는 오버스펙이다.
화면 크기의 역설: 15인치가 13인치보다 생산성이 높은 이유
에어 13인치가 아니라 15인치를 선택한 이유는 정보 밀도 때문이다.
PM의 대표적 멀티태스킹 시나리오:
- Figma 디자인 리뷰 + Linear 티켓 작성
- Notion PRD + Chrome 리서치
- Zoom 화면 공유 + 슬랙 실시간 커뮤니케이션
13인치에서는 Split View가 답답하다. 디자이너 출신으로서 Figma는 최소 1200px 너비가 필요하다. 디테일 확인이 안 되면 리뷰 품질이 떨어진다.
15인치 실측 생산성 (vs 13인치):
- Figma 리뷰 속도: 40% 향상
- 듀얼 윈도우 사용 빈도: 62% → 89%
- 외부 모니터 의존도: 85% → 40%
마지막 지표가 핵심이다. 프로 16인치 쓸 때는 오피스 모니터 없이는 못 살았다. 지금은 카페에서도 듀얼 모니터 환경 못지않은 생산성이 나온다.
배터리 수명의 심리학: 18시간 vs 22시간의 차이
맥북 프로 M3 Pro: 공식 스펙 18시간
맥북 에어 M3: 공식 스펙 18시간
"어? 같은데요?" 아니다. 실사용은 다르다.
내 실측 데이터 (중간 밝기, Wi-Fi, 일반 업무):
- 프로 16인치: 평균 12.5시간
- 에어 15인치: 평균 16.8시간
왜? 칩셋 차이다. M3 Pro는 12코어 CPU라서 베이스 소비 전력이 높다. PM 업무(Chrome, Figma, Notion)는 4-8코어로 충분하다. 남는 코어는 배터리만 잡아먹는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심리적 자유도다.
프로 쓸 때: "배터리 60%네. 충전기 챙겨야 하나?"
에어 쓸 때: "배터리 40%? 오늘 하루 더 간다."
이 차이가 장소 선택의 자유를 만든다. 충전 걱정 없이 공원 벤치에서도 일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주 날씨 좋을 때 한강 공원에서 3시간 작업했다. 프로였으면 불가능했다.
PM을 위한 맥북 선택 가이드 2025
6년차 PM, 디자이너 출신으로서 정리한 의사결정 프레임워크:
맥북 에어를 선택해야 하는 PM
- 하루 이동 2회 이상 (홈-카페-오피스)
- Figma/Sketch 중심 업무 (영상 편집 X)
- 미팅 많음 (노트북 휴대 필수)
- 외부 모니터 의존도 낮추고 싶음
- 추천 스펙: M3, 16GB RAM, 512GB SSD, 15인치
- 가격: 약 230만원
맥북 프로를 선택해야 하는 PM
- 영상 편집/3D 작업 병행
- 데이터 분석 (Python, R 등)
- 오피스 고정 근무 (이동성 불필요)
- 외부 모니터 2-3개 연결 필수
- 추천 스펙: M3 Pro, 18GB RAM, 512GB SSD, 14인치
- 가격: 약 310만원
나의 최종 선택
맥북 에어 15인치 M3, 16GB, 1TB: 267만원
1TB를 선택한 이유는 Figma 캐시와 Notion 로컬 저장 때문이다. 512GB는 6개월마다 용량 관리 스트레스가 생긴다.
실천 가이드: 자신의 워크플로우 측정하기
맥북 선택 전에 1주일간 이것만 체크하라:
1. 메모리 사용 측정 (Activity Monitor)
- 오전/오후/저녁 각 1회씩 캡처
- 평균값 계산
- 20GB 이상: 프로 고려
- 12-20GB: 에어 16GB
- 12GB 이하: 에어 8GB (비추천)
2. 이동 패턴 기록
- 일주일간 노트북 이동 횟수
- 3회 이하/주: 프로 가능
- 5회 이상/주: 에어 강력 추천
3. 외부 모니터 의존도
- 노트북 단독 작업 시간 비율
- 30% 이하: 프로 (어차피 모니터 쓸 거면)
- 50% 이상: 에어 15인치 (화면 크기 중요)
4. 배터리 불안도 체크
- 하루 중 "충전 걱정" 횟수
- 3회 이상: 에어 필수
- 1회 이하: 프로 가능
3주 사용 후 솔직 후회 목록
완벽한 선택은 없다. 에어 15인치의 단점:
- 스피커 품질: 프로가 확실히 낫다. Zoom 미팅 음질 차이 체감됨
- 포트 부족: USB-C 2개만 있음. 허브 필수 (프로는 3개+SD+HDMI)
- 썬더볼트 속도: 외장 SSD 전송이 프로보다 느림 (실사용 체감은 미미)
- 프로모션 디스플레이 없음: 120Hz 없어도 업무엔 문제없지만, 가끔 아쉬움
하지만 이 단점들이 생산성 27% 향상을 상쇄하지 못한다.
마무리: 스펙이 아니라 마찰을 최소화하라
디자이너 출신 PM으로서 깨달은 건, 생산성은 도구 스펙이 아니라 사용 마찰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맥북 프로는 객관적으로 더 좋은 기계다. 하지만 "더 좋은 기계"가 "더 나은 결과물"을 보장하지 않는다.
640g 무거워서 집에 두고 나오는 프로보다,
매일 들고 다니며 즉시 작업하는 에어가 낫다.
36GB RAM으로 탭 100개 열어두는 것보다,
16GB로 지금 필요한 것만 집중하는 게 낫다.
당신의 워크플로우를 측정하라. 스펙 시트가 아니라 실제 행동 패턴을 보라. PM의 일이 그렇듯이, 맥북 선택도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이어야 한다.
나는 에어 15인치로 회귀했고, 이게 2025년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3주간의 데이터가 증명한다. 당신의 선택은?
P.S. 이 글은 맥북 에어 15인치, 카페 3곳을 옮겨다니며, 배터리 한 번 충전으로 완성했다. 프로였다면 불가능했을 워크플로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