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라이트 차단 안경 3개월 썼더니 - 디자이너 출신 PM의 솔직 후기

5 min read0 viewsBy Colemearc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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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3시, 피그마를 닫지 못하는 이유

밤 11시에 침대에 누웠는데 잠이 안 온다. 눈은 감겨 있는데 머릿속에선 오늘 본 대시보드 UI가 계속 돌아간다. 이게 반복되다가 결국 새벽 2시에 일어나서 노션을 켠다. "내일 아침 9시 미팅인데..."

PM으로서 하루 평균 스크린 타임은 12시간. 디자이너 출신이라 피그마에서 시각적 디테일 확인하는 시간만 2-3시간. 슬랙, 노션, 구글 독스, 줌까지 더하면 눈을 쉬는 시간이 사실상 없다. 작년 11월, 안과에서 들은 말이 "30대 초반 나이에 눈 상태가 40대"였다.

그래서 샀다. 17만 원짜리 블루라이트 차단 안경. 3개월이 지난 지금, 이게 진짜 효과가 있었는지 데이터와 함께 정리한다.

블루라이트가 정확히 뭘 망가뜨리나

일단 과학부터. 블루라이트는 380-500nm 파장의 가시광선이다. 문제는 이게 멜라토닌 분비를 억제한다는 것. 하버드 연구에 따르면 블루라이트 노출은 수면 주기를 평균 3시간 지연시킨다.

디자이너 출신으로 컬러 이론은 익숙했지만, 눈 건강 관점에서 보니 달랐다. 블루라이트는 짧은 파장 때문에 산란이 심하다. 눈의 모양체근이 계속 초점을 맞추려고 수축-이완을 반복한다. 12시간 내내. 이게 안구 피로의 직접적 원인이다.

내가 경험한 구체적 증상:

  • 오후 4시쯤 눈이 모래 씹는 느낌
  • 저녁 7시 이후 글자가 약간 번져 보임
  • 밤 11시에 누워도 새벽 1-2시까지 각성 상태
  • 주말에 12시간 자도 피로가 안 풀림

가장 심각했던 건 수면 패턴 붕괴였다. Apple Watch 데이터를 보니 REM 수면이 전체의 12%밖에 안 됐다. 정상은 20-25%다.

3개월 실험: 숫자로 본 변화

안경 착용 전후 데이터를 비교했다. PM으로서 정량적 지표 없이는 판단할 수 없다.

수면 지표 (Apple Watch 기준)

  • 입면 시간: 42분 → 23분 (45% 감소)
  • REM 수면: 12% → 19% (58% 증가)
  • 평균 수면 시간: 5.5시간 → 6.8시간
  • 수면 점수: 68점 → 79점

업무 생산성

  • 오후 집중력 유지 시간: 1.5시간 → 2.5시간
  • 저녁 미팅 후 추가 업무 가능 여부: 불가 → 가능
  • 주말 회복 필요 수면: 10시간 → 8시간

주관적 느낌

  • 1주차: 플라시보 같았다. 별 차이 못 느낌
  • 2주차: 저녁 시간대 눈 피로도가 확실히 덜했다
  • 4주차: 밤 11시에 누우면 진짜 잠이 왔다
  • 8주차: 아침에 일어나는 게 덜 고통스러웠다
  • 12주차: 이제 안경 안 쓰면 눈이 불편하다

가장 놀란 건 수면 질 개선이었다. 입면 시간이 절반으로 줄었고, REM 수면이 정상 범위로 돌아왔다. 이게 낮 시간 컨디션에 직접 영향을 줬다.

하지만 실패도 있었다. 처음 2주는 안경 쓰는 걸 자꾸 까먹었다. 습관이 안 돼서 책상 위에 놔두고 일했다. 그리고 야외에서는 색감이 이상하게 보여서 적응이 필요했다. 디자이너 출신으로 컬러 왜곡이 신경 쓰였는데, 이건 2주 정도 지나니 뇌가 보정하더라.

안경만으론 부족하다: 함께한 3가지 루틴

솔직히 안경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나는 세 가지를 더했다.

1. 20-20-20 룰 (80% 실천율)

20분마다 20피트(6m) 거리를 20초간 본다. 타이머를 맞춰놓고 강제로 했다. 처음엔 업무 흐름이 끊겨서 짜증났는데, 2주 후부터는 이게 오히려 사고 정리 시간이 됐다. PM으로서 끊임없이 판단해야 하는데, 이 20초가 멘탈 리셋 포인트가 됐다.

실천 방법:

  • 맥북에 Awareness 앱 설치 (20분마다 알림)
  • 창밖 먼 건물이나 나무 보기
  • 안구 운동 (상하좌우 천천히)

2. 저녁 8시 이후 Night Shift 모드 (100% 실천)

맥북, 아이폰, 아이패드 모두 자동 설정. 색온도를 최대한 따뜻하게 했다. 디자이너 출신으로 처음엔 색감 왜곡이 불편했지만, 업무용 디바이스와 개인용을 분리했다. 저녁엔 정밀한 컬러 작업 안 하기로 규칙을 정했다.

3. 자기 전 1시간 스크린 제로 (60% 실천율)

가장 어려웠다. PM으로서 미국 팀과 밤 10시에 미팅이 있을 때도 많다. 하지만 가능한 날엔 무조건 지켰다. 대신 킨들 페이퍼화이트로 독서하거나 종이 노트에 내일 할 일을 손으로 썼다.

실패율이 40%나 되는 이유는 솔직히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업무 구조 때문이다. 스타트업에서 일하면 밤 11시에도 긴급 이슈가 터진다. 이건 개인이 해결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17만 원의 가치: 투자 회수 분석

비용 대비 효과를 따져봤다. PM으로서 ROI는 항상 중요하다.

직접 효과

  • 안과 진료 감소: 월 1회 → 분기 1회 (연 24만 원 절약)
  • 인공눈물 사용: 하루 6회 → 2회 (연 8만 원 절약)
  • 수면제 미구입 (연 15만 원 절약)

간접 효과

  • 생산성 향상으로 야근 시간 주 5시간 감소
  • 주말 회복 시간 감소로 개인 시간 확보
  • 두통 빈도 감소 (주 3회 → 주 1회)

3개월 만에 본전 뽑았다. 장기적으론 눈 건강 유지 비용을 생각하면 압도적으로 이득이다.

하지만 한계도 명확하다. 안경이 근본 원인인 '12시간 스크린 타임'을 해결하진 못한다. 이건 업무 방식과 조직 문화의 문제다. 블루라이트 차단은 증상 완화지 치료가 아니다.

당신도 시작할 수 있는 3단계

1단계: 현재 상태 측정 (1주)

  • 스크린 타임 체크 (설정 > 스크린 타임)
  • 수면 데이터 기록 (앱 or 수기)
  • 눈 피로 시점 파악 (언제 불편한지)

2단계: 안경 선택 (예산별)

  • 10만 원 이하: 온라인 기성품 (Gentlemonster, 무신사)
  • 10-20만 원: 오프라인 안경점 맞춤 (시력 교정 포함)
  • 20만 원 이상: 프리미엄 브랜드 (디자인 중요하면)

나는 Zoff의 PC용 안경을 샀다. 17만 원에 시력 교정 + 블루라이트 차단 40% 코팅. 디자이너 출신으로 디자인도 신경 썼는데, 안경이 이상하면 안 쓰게 된다.

3단계: 루틴 만들기 (2주)

  • 아침에 안경 쓰고 하루 시작
  • 20-20-20 룰 타이머 설정
  • Night Shift 자동 활성화
  • 2주 후 수면 데이터 비교

3개월 후, 달라진 것

지금은 안경 없이 일하는 게 상상이 안 된다. 출장 갈 때도 케이스에 제일 먼저 넣는다.

가장 큰 변화는 수면이다. 예전엔 침대에 누워서 머릿속으로 내일 할 일을 정리했다. 지금은 누우면 20분 안에 잠든다. REM 수면이 늘어나니 꿈도 더 자주 꾼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개운함의 차이가 확실하다.

PM으로서 낮 시간의 판단력도 달라졌다. 오후 4시쯤 찾아오던 멘탈 안개가 사라졌다. 저녁 미팅 후에도 문서 작업이 가능해졌다. 이게 장기적으로 커리어에 얼마나 영향을 줄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지금 삶의 질은 명확히 나아졌다.

하지만 이건 만능이 아니다. 근본적으론 일하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 밤 11시까지 슬랙을 보는 문화, 주말에도 노션을 여는 습관. 블루라이트 차단 안경은 그 사이를 버티게 해주는 도구일 뿐이다.

당신이 하루 8시간 이상 화면을 본다면, 17만 원은 아깝지 않다. 다만 안경만 믿지 말고, 일하는 패턴도 함께 돌아보길. 나는 아직도 그 부분에서 답을 찾는 중이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자. 이 글을 읽고 있는 지금, 20-20-20 룰을 적용해보는 건 어떨까. 20초만 창밖을 보자. 당신의 눈은 지금 이 순간에도 일하고 있다.

블루라이트 차단 안경 3개월 후기 - 수면 질 58% 개선된 PM의 솔직 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