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개월 만에 폐업: 스타트업 실패, 피 묻은 부검 보고서

3 min read0 viewsBy Colemearc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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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개월 만에 폐업: 스타트업 실패, 피 묻은 부검 보고서

나는 6년차 PM이다. 정확히 말하면, 디자이너 출신 PM. 개발자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 그래서 이 글은 ‘코드를 짰다’는 식의 개발자 중심 서술이 아닐 거다. 대신, AI 스타트업에서 제품 관리를 맡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18개월 만에 회사가 문을 닫은 이유를 처절하게 복기하려 한다. 이 글은 단순한 실패담이 아니다. 피 묻은 부검 보고서이자,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생존 안내서다.

첫 번째 희생양: '나만의 완벽한 솔루션'이라는 환상

우리는 ‘혁신적인 AI 솔루션’을 만들고 있다고 믿었다. 내가 기획하고, 디자이너 팀이 시각화하고, 개발팀이 구현하는. 마치 완벽한 퍼즐 조각처럼. 하지만 문제는, 그 ‘완벽한 솔루션’이 시장에서 정말 필요했는지에 대한 검증이 너무나도 부족했다는 점이다.

PM으로서 나는 끊임없이 기능 목록을 만들고, 로드맵을 업데이트했다. 디자이너 출신답게 사용자의 ‘경험’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고 자부했다. 하지만 정작 ‘고객’이 누구인지, 그들의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는 깊이 파고들지 못했다.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최고의 솔루션’을 만드는 데만 집중했고, 시장의 목소리에는 귀를 닫았다.

‘정성’만으로는 부족했다: MVP의 배신

우리는 최소 기능 제품(MVP)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가 정의한 MVP는 이미 너무 많은 기능을 담고 있었다. ‘사용자의 피드백을 빠르게 받기 위해’라는 명분 하에, 실제로는 우리가 만든 ‘완벽한 솔루션’의 축소판에 가까웠다. 결과적으로, MVP를 출시하고도 초기 사용자들의 피드백은 미미했다. 그들은 우리가 제공하는 복잡한 기능보다, 더 단순하고 명확한 해결책을 원했던 것이다. AI 도구를 활용해 데이터 분석을 시도했지만, ‘왜’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은 찾기 어려웠다.

두 번째 사망 원인: ‘성장’이라는 망령

스타트업은 ‘성장’에 목마르다. 우리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투자 유치 후, 우리는 무작정 사용자 수를 늘리는 데 혈안이 되었다. 마케팅 예산을 쏟아붓고,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에 대한 고민은 뒷전이었다.

‘숫자’에 취한 나머지, ‘가치’를 놓치다

PM으로서 나는 KPI 달성에 집착했다. 사용자 획득 비용(CAC)이 치솟고, 고객 생애 가치(LTV)가 낮아지는 추세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총 사용자 수’라는 숫자에만 매몰되었다. 우리가 제공하는 제품이 사용자에게 진정한 가치를 제공하고 있는지, 아니면 단순히 ‘싼맛에’ 혹은 ‘이벤트 때문에’ 사용하는 것인지에 대한 진단이 부족했다. AI 도구를 이용해 마케팅 성과를 분석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어떻게’ 성과가 나왔는지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보다는 ‘얼마나’ 성과가 나왔는지에만 집중했다.

세 번째 비극: ‘우리’가 아닌 ‘시장’을 봐야 했다

가장 뼈아픈 교훈은 이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들었고, ‘우리’가 옳다고 믿었다. 하지만 시장은 우리에게 등을 돌렸다. 경쟁사의 움직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고, 변화하는 트렌드에 둔감했다.

디자이너의 시각, PM의 전략, 그리고 AI의 조력

디자이너 출신 PM으로서 나는 사용자 경험에 대한 남다른 감각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감각이 시장의 니즈와 얼마나 부합하는지에 대한 객관적인 검증이 부족했다. AI 도구는 데이터 분석에 도움을 주었지만, 최종적인 의사결정은 인간의 통찰력과 시장에 대한 깊은 이해에서 나와야 했다. 우리는 AI의 편리함에 기대어, 정작 중요한 ‘시장 분석’이라는 과정을 소홀히 했던 것 같다.

폐업, 그리고 남겨진 것들

18개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었다. 많은 밤을 새웠고, 수많은 아이디어를 쏟아냈지만, 결국 우리는 실패라는 쓴맛을 보았다. 하지만 모든 실패는 교훈을 남긴다. ‘나만의 완벽한 솔루션’이라는 환상 대신, ‘고객의 진짜 문제’를 파고들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성장’이라는 망령에 사로잡히기보다, ‘지속 가능한 가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의 시각이 아닌 ‘시장’의 시선으로 세상을 봐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AI 도구는 강력한 조력자이지만, 결국 그 도구를 어떻게 활용하고, 어떤 통찰력을 얻어내느냐는 우리에게 달려 있다.

지금까지 디자이너 출신 6년차 PM으로서, 18개월 만에 폐업한 AI 스타트업의 처절한 실패를 복기해 보았다. 이 글이 당신의 스타트업 여정에 작은 등불이 되기를 바란다.

당신이 경험했던 스타트업 실패에서 가장 뼈아팠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그 실패를 통해 무엇을 배웠는지 댓글로 공유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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