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차 PM의 목 통증 루틴 - 하루 15분으로 2개월 만에 해결한 방법
새벽 3시, 목 때문에 잠에서 깬 PM
작년 11월이었다. 새로운 AI 기능 출시를 앞두고 2주간 하루 12시간씩 모니터를 붙잡고 살았다. 디자이너 출신이라 픽셀 하나까지 신경 쓰느라 고개를 앞으로 쭉 빼고 화면을 들여다보는 게 습관이 됐다.
새벽 3시, 목이 돌아가지 않아서 깼다. 정확히는 왼쪽으로 15도 이상 돌리면 전기가 오르는 느낌. 진통제를 먹고 다시 잤지만, 이틀 뒤 프레젠테이션 때는 고개를 돌리지 못해서 몸 전체를 돌려야 했다. 30대 초반인데 말이다.
물리치료 12회, 침 8회, 도수치료 6회. 3개월간 150만 원을 쓰고 얻은 결론: 치료받는 동안만 좋다. 근본적인 습관이 안 바뀌면 3일 만에 원점.
PM의 목이 망가지는 3가지 패턴
내 업무 패턴을 분석해봤다. 디자이너 출신 PM으로서 내가 목을 학대하는 방식은 크게 3가지였다.
1. 피그마 리뷰 시간 (하루 평균 2.5시간) 디자인 시안을 리뷰할 때 고개를 모니터 쪽으로 30cm 가까이 내민다. 픽셀 단위로 확인하려면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다. 목은 앞으로 5cm만 나가도 하중이 2배로 증가한다. 30cm면... 계산하기도 싫다.
2. 노션 문서 작성 (하루 평균 3시간) PRD, 회의록, 분석 문서. 긴 텍스트를 쓸 때는 키보드를 향해 고개를 숙인다. 각도로 치면 약 45도. 이 자세로 30분만 있어도 목 뒤가 뻐근해진다.
3. 슬랙 멀티태스킹 (간헐적, 하루 100회+) 메시지가 오면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린다. 듀얼 모니터라 오른쪽 화면 보다가 왼쪽 화면 보는 동작을 하루 수백 번 반복. 목은 고속도로가 아닌데 계속 차선 변경을 시킨 셈이다.
2개월 만에 통증을 80% 줄인 루틴
물리치료사에게 물었다. "계속 올 수는 없잖아요. 집에서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루틴 딱 3가지만 알려주세요." 그가 준 루틴을 2개월간 실천했고, 통증이 10점 만점에 8점에서 2점으로 떨어졌다.
루틴 1: 턱 당기기 (Chin Tuck) - 아침/점심/저녁 각 10회
벽에 등을 대고 선다. 턱을 뒤로 당겨서 이중턱을 만든다. 5초 유지, 5초 휴식. 이게 생각보다 어렵다. 처음에는 제대로 하는 건지 감도 안 왔다.
핵심: 고개를 숙이는 게 아니라 턱을 수평으로 뒤로 민다. 마치 목을 벽에 밀어 넣는다는 느낌. 2주 차부터 목 뒤 근육이 생기는 게 느껴졌다.
루틴 2: 어깨 날갯짓 (Scapular Squeeze) - 1시간마다 20회
의자에 앉아서 양팔을 옆으로 90도 벌린다. 팔꿈치도 90도로 구부린다. 어깨뼈를 등 중앙으로 모은다. 3초 유지, 3초 휴식.
핵심: 어깨를 으쓱하면 안 된다. 날갯짓한다는 느낌으로 어깨뼈만 뒤로. 처음엔 1시간마다 하려다가 깜빡했다. 타이머를 55분으로 맞춰놨다. 2주 후부터 어깨가 자연스럽게 뒤로 가는 걸 느꼈다.
루틴 3: 목 회전 스트레칭 - 회의 전후 각 5회
천천히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린다. 90도까지. 5초 유지. 반대쪽도 동일.
핵심: 속도가 전부다. 1회전에 최소 10초. 빠르게 돌리면 근육이 놀란다. 회의 30분 전에 하면 긴장이 풀려서 말도 더 잘 나온다는 부수 효과도 있었다.
실패한 시도들 (솔직하게)
스탠딩 데스크: 2주 만에 포기. 서서 일하면 집중이 안 됐다. 특히 복잡한 로직 설계할 때는 앉아야 뇌가 돌아간다.
목 견인기: 3일 쓰고 서랍행. 집에서 혼자 쓰기엔 무섭다. 잘못하면 더 다칠 것 같은 느낌.
요가 볼 의자: 1주일. 계속 균형 잡느라 집중력 소진. PM은 멀티태스킹이 많아서 의자는 안정적이어야 한다.
목 마사지기: 효과는 있는데 의존성이 생긴다. 근본 해결이 아니라 임시방편.
환경 세팅이 루틴보다 중요하다
스트레칭도 중요하지만, 애초에 목이 덜 아픈 환경을 만드는 게 먼저다. 내가 바꾼 것들:
모니터 높이: 모니터 상단이 눈높이와 일치하도록. 노트북 거치대 2만 원짜리로 해결. 이것만으로 고개 숙이는 시간이 40% 줄었다.
키보드 거리: 팔꿈치가 90도일 때 키보드 위치. 너무 가까우면 어깨가 말린다. 50cm 정도가 적당.
의자 팔걸이: 팔을 올려놓으면 어깨 하중이 줄어든다. 팔걸이 없는 의자 쓰는 사람들, 당장 바꿔라.
듀얼 모니터 배치: 메인 모니터를 정면, 서브를 30도 각도로. 90도로 꺾어놓으면 목이 계속 돌아간다.
디자이너 출신이라 밀리미터까지 신경 써서 세팅했다. 인체공학은 결국 디자인이다.
2개월 후, 데이터로 본 변화
- 통증 빈도: 주 5회 → 주 1회
- 통증 강도: 10점 만점에 8점 → 2점
- 수면 방해: 주 3회 → 0회
- 진통제 복용: 월 12알 → 0알
- 루틴 실천률: 1주차 40% → 8주차 85%
완벽하지 않다. 데드라인 앞두고 스트레칭 건너뛴 날도 있다. 그래도 이 정도면 성공이다.
PM으로서 배운 것: 작은 반복이 큰 변화를 만든다
제품 개선도, 목 통증 해결도 원리는 같다.
1. 문제를 정량화하라
"목이 아프다"가 아니라 "하루 8시간 중 5시간 통증, 강도 8/10"으로.
2. 최소 실행 가능한 루틴을 찾아라
하루 1시간 스트레칭은 지속 불가능하다. 15분이 한계다.
3. 환경을 먼저 바꿔라
의지력에 기대지 마라. 모니터 높이만 올려도 50%는 해결된다.
4. 데이터로 추적하라
노션에 통증 일지를 썼다. 2주마다 리뷰하며 무엇이 효과 있었는지 분석.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는 3가지
이 글을 읽는 PM, 디자이너, 개발자들에게. 목 통증을 방치하지 마라. 나처럼 새벽에 통증으로 깨기 전에 시작하라.
오늘 당장:
- 모니터 상단을 눈높이로 올려라 (박스, 책, 뭐든 깔아라)
- 타이머를 55분으로 맞추고 알람 울릴 때마다 턱 당기기 10회
- 노션에 "목 통증 일지" 페이지를 만들고 오늘 통증 점수를 기록하라 (0-10점)
이번 주:
- 아침/점심/저녁 알람 설정, 턱 당기기 10회씩
- 1시간마다 어깨 날갯짓 20회
- 매일 밤 통증 점수 기록
이번 달:
- 2주 단위로 데이터 리뷰
- 통증이 줄지 않으면 병원 가라. 디스크일 수도 있다.
- 루틴이 익숙해지면 강도를 올려라.
목 통증은 PM의 직업병이 아니다. 예방 가능한 문제다. 제품에 쏟는 집착의 10%만 내 몸에 써도 충분하다.
2개월 뒤, 새벽에 편하게 자는 자신을 만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