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PM이 살아남으려면 '이것' 5가지만 기억하세요
새벽 3시, 나는 AI에게 내 일을 빼앗기고 있었다
지난달, 주니어 PM이 Claude에게 PRD 초안을 맡겼다. 15분 만에 나온 결과물은... 솔직히 내가 3시간 걸려 쓴 것보다 나았다. 구조는 탄탄했고, 빠진 엣지 케이스도 없었다. 그 순간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디자이너 출신으로 PM 커리어를 시작한 지 6년. 피그마로 와이어프레임 그리고, 유저 플로우 설계하고, 개발팀과 디자인 시스템 논의하던 내 강점들이 하나씩 AI에게 잠식당하고 있다. Midjourney는 컨셉 디자인을, ChatGPT는 문서 작성을, Notion AI는 회의록 정리를 대신한다.
그렇다면 PM은 이제 필요 없는 걸까? 아니, 오히려 반대다. 지난 1년간 AI 도구를 실무에 활용하며 깨달은 건 - AI 시대에 PM의 역할은 사라지는 게 아니라 재정의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정말로 도태될 거라는 것도.
1. '판단력'이 새로운 코딩이다
AI는 10가지 솔루션을 3초 만에 제시한다. 문제는 그중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다. 이게 이제 PM의 핵심 역량이 됐다.
우리 팀이 채팅 기능 개선 프로젝트를 진행했을 때, GPT-4에게 개선 아이디어를 물었다. 37가지 제안이 쏟아졌다. 멘션 기능, 스레드 뷰, 리액션 다양화, 읽음 표시 개선... 전부 '그럴싸'했다.
하지만 우리 MAU는 1,200명이었고, 개발 리소스는 2명*3주였다. 엔지니어링 공수 대비 임팩트를 계산하면? 유저 인터뷰 12건을 재분석하면? 이탈률 데이터와 교차 분석하면?
결국 AI가 8순위로 제안한 '메시지 검색 개선'을 선택했다. 결과? 일 평균 세션 시간 23% 증가. AI는 아이디어를 주지만, 컨텍스트 속 우선순위는 PM이 정한다.
실전 트레이닝:
- 매주 1개 프로덕트 결정에 대해 "AI라면 뭐라 했을까?" 물어보기
- AI 답변과 내 판단의 차이를 문서화 (3개월 후 정확도 비교)
- 판단 근거를 숫자로 설명하는 습관 ("직관적으로"는 금지어)
2. 인간의 '맥락'을 번역하는 능력
AI 도구를 활용하면서 가장 많이 실패한 지점이 있다. 바로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었다.
초기엔 이렇게 물었다: "유저 온보딩 플로우 개선안 알려줘." 결과는? 10년 전 MBA 교과서에서 본 듯한 일반론. 하지만 프롬프트를 이렇게 바꾸니까:
"B2B SaaS, 평균 나이 42세 마케터, 15분 안에 첫 캠페인 세팅 못 하면 70% 이탈. 현재 온보딩 완료율 34%. 개발 공수 1주일 이내. 개선안 3가지와 각각의 예상 전환율 증가폭."
이제 쓸모 있는 답이 나왔다. PM의 새로운 역할은 비즈니스 맥락을 AI가 이해할 수 있는 구조화된 데이터로 번역하는 것이다.
디자이너 시절 배운 '사용자 언어를 디자인 언어로 번역'하는 능력이 여기서 빛을 발했다. CEO의 추상적 비전을 → 측정 가능한 지표로 → AI 프롬프트로 변환하는 3단 번역 과정.
맥락 번역 체크리스트:
- 누구: 타겟 유저 특성 (나이, 직군, 기술 수준)
- 무엇: 구체적 숫자로 정의된 문제 (전환율, 이탈률, 소요시간)
- 왜: 비즈니스 임팩트 (매출, 리텐션, CAC)
- 제약: 리소스, 시간, 기술 스택
- 성공: 측정 가능한 성공 지표
3. 실패 데이터를 수집하는 집착
작년 4분기, 우리 팀은 AI 추천 기능을 출시했다. A/B 테스트 설계부터 GA4 이벤트 설정까지 완벽했다... 라고 생각했다.
2주 후 데이터를 보니 클릭률은 12% 증가했지만 최종 전환율은 8% 하락. 뭐가 문제였을까? 우리가 측정하지 않은 것: 추천 결과의 정확도, 로딩 시간, 유저가 추천을 '무시'한 횟수.
AI 시대 PM은 무엇을 측정할지 정의하는 사람이다. AI는 주어진 데이터로 패턴을 찾지만, 어떤 데이터를 수집할지는 정하지 못한다.
지금 내가 하는 것:
- 모든 기능에 '실패 이벤트' 추가 (에러뿐 아니라 '포기', '되돌리기', '재시도')
- 주간 "왜 안 썼을까" 세션 (사용 안 한 유저 5명에게 300자 피드백 부탁)
- 정량 + 정성 데이터 크로스 분석 (Mixpanel 수치와 CS 문의 내용 매칭)
한 스타트업 PM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성공 케이스는 뉴스레터에 쓰고, 실패 케이스는 다음 PRD에 쓴다." AI가 아무리 똑똑해도, 우리 프로덕트의 실패 히스토리는 우리만 안다.
4. 'AI를 의심하는' 건강한 편집증
가장 위험한 PM은 AI 출력을 그대로 믿는 PM이다. 나도 당했다.
Claude에게 유저 인터뷰 12건 분석을 맡겼다. "3가지 핵심 페인 포인트" 결과를 받아 임원 회의에서 발표했다. CTO가 물었다. "7번 인터뷰이는 정반대 얘기했는데요?"
식은땀이 났다. AI는 다수 의견을 요약하느라 소수의 극단적(하지만 중요한) 의견을 누락시켰다. 그날 이후 내 원칙:
AI 출력 = 1차 초안. 내 검증 = 최종본.
지금은 AI 분석 결과에 항상 3가지 질문을 던진다:
- "이 결론에 반하는 데이터는 없나?"
- "샘플 크기가 충분한가?"
- "내 확증 편향이 작용했나?"
디자이너 시절 배운 교훈이 있다. "유저 테스트 5명 중 4명이 좋아해도, 1명의 강한 불만이 더 중요할 때가 있다." AI는 평균을 잘 내지만, PM은 이상치(outlier)에서 인사이트를 찾는다.
5. 팀의 'AI 리터러시'를 높이는 전도사 되기
PM으로서 가장 큰 역할 변화는 이것이다: 이제 나는 AI 도구 큐레이터다.
우리 팀 슬랙에 #ai-tools 채널을 만들었다. 매주 1개씩 실험한 도구를 공유한다:
- Figma → Midjourney로 무드보드 3배 빨리 만들기
- 유저 인터뷰 녹취 → Otter.ai → Claude로 인사이트 추출 (2시간 → 15분)
- Jira 티켓 → ChatGPT로 QA 시나리오 자동 생성
처음엔 개발팀이 회의적이었다. "AI는 PM이나 쓰는 거 아냐?" 하지만 QA 시나리오 자동 생성으로 테스트 커버리지가 38% 증가하자 분위기가 바뀌었.
AI 시대 PM은 팀 전체의 생산성을 레벨업하는 멀티플라이어다. 내가 AI 도구로 3시간 절약하는 것보다, 10명 팀원이 각자 30분씩 절약하게 만드는 게 더 큰 임팩트다.
팀 AI 리터러시 높이는 4단계:
- 데모 먼저: "이론"보다 "10분 라이브 시연"
- 퀵윈 찾기: 가장 반복적이고 지루한 작업부터 자동화
- 실패 공유: 내가 AI 쓰다 망한 사례도 솔직하게 (웃음 코드로)
- 도구함 만들기: Notion에 "상황별 추천 AI 도구" 가이드
실천 가이드: 내일부터 할 수 있는 3가지
이론은 충분하다. 당장 월요일 아침부터 시작할 수 있는 것들:
1주차: AI 벤치마크 만들기
- 내가 자주 하는 작업 5가지 리스트업 (PRD 작성, 데이터 분석, 회의록 정리...)
- 각 작업에 AI 도구 활용 → 시간 측정 → "AI 전/후" 비교표 작성
- 가장 효율 높은 1개에만 집중 (나머지는 나중에)
1개월차: 판단력 훈련 루틴
- 매주 금요일 오후: 이번 주 내가 내린 결정 3가지 복기
- AI에게 같은 상황 설명 → 답변 받기 → 내 판단과 비교
- "왜 달랐나? 누가 더 나았나?" 기록 (3개월 후 보면 패턴 보임)
3개월차: 팀 전파
- 팀 회고 때 "이번 스프린트 AI 활용 꿀팁" 5분 세션
- 강요 금지, 재미 위주 ("이거 써보니까 진짜 신기해서..." 톤)
- 1명이라도 따라 하면 성공
마치며: AI는 위협이 아니라 증폭기다
6년 전 디자이너에서 PM으로 전환할 때도 불안했다. "디자인 못 하는 PM은 경쟁력 없는 거 아냐?" 걱정했다. 하지만 디자인 감각은 PM으로서 프로덕트 전체를 보는 눈으로 진화했다.
AI 시대도 마찬가지다. AI가 내 작업을 대신하는 게 아니라, 내 판단력과 맥락 이해를 10배 증폭시키는 도구다. PRD 초안은 AI가 써도, 그 안에 우리 팀의 6개월 실패 학습과 고객 12명의 진짜 목소리를 녹이는 건 나만 할 수 있다.
지난주 주니어 PM이 물었다. "AI 시대에 PM 공부 뭐 해야 해요?" 내 답은 이랬다.
"AI 도구 10개 배우는 것보다, 판단 근거를 말로 설명하는 연습을 1000번 해. 숫자로, 로직으로, 팀원 누구나 이해할 수 있게. AI는 옵션을 주지만, 최종 결정은 네가 해야 하니까."
당신의 생존 전략은 무엇인가? 댓글로 공유해주면, 제가 AI 도구로 분석해서... 는 농담이고, 진짜로 읽고 답 달겠습니다. 우리 함께 살아남읍시다.
P.S. 이 글 쓰는 데 ChatGPT 도움받았냐고요? 물론입니다. 초안 구조는 Claude에게 물었고, 통계 수치 검증은 Perplexity가 도왔어요. 하지만 새벽 3시의 불안감과 CTO 앞에서 식은땀 흘리던 기억은 100% 제 겁니다. 그게 AI가 못 쓰는 콘텐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