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페이스 패딩 중고로 샀다가 신상으로 바꾼 PM의 솔직 후기
노스페이스 패딩 중고로 샀다가 신상으로 바꾼 PM의 솔직 후기
가성비 집착의 함정
작년 11월, 나는 당근마켓에서 노스페이스 눕시 재킷을 12만 원에 샀다. 정가 359,000원짜리를 66% 할인된 가격에 산 거다. PM으로서 늘 ROI를 계산하는 버릇이 있는데, 이 거래는 완벽한 딜처럼 보였다. 판매자는 "작년에 2-3번 입었어요"라고 했고, 사진상으로는 거의 새것처럼 보였다.
문제는 실물을 받고 3일 후에 시작됐다.
충전재가 한쪽으로 쏠려 있었다. 지퍼가 뻑뻑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묘하게 냄새가 났다. 세탁소를 두 번 보냈는데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그 냄새. 결국 나는 2개월 후 번개장터에 9만 원에 재판매하고, 신상을 정가에 샀다. 총 손실: 3만 원 + 세탁비 2만 8천 원 + 시간 비용.
이 경험을 분석하면서 깨달은 건, 중고 거래에도 '제품-시장 적합성(Product-Market Fit)'이 있다는 거다. 모든 제품이 중고로 사기 좋은 건 아니다. 특히 패딩처럼 기능성과 위생이 중요한 아이템은 더욱 그렇다.
중고 vs 신상, 숫자로 분해하기
PM 출신답게 스프레드시트를 열어서 제대로 계산해봤다. 노스페이스 1996 눕시 재킷 기준, 3년 사용을 가정한 시나리오다.
중고 구매 (12만 원)
- 구매가: 120,000원
- 세탁/수선 비용: 평균 28,000원 (첫 세탁 필수)
- 재판매 손실률: 약 25% (90,000원에 재판매 가정)
- 실질 비용: 58,000원
- 사용 기간: 2년 (이미 1년 사용된 상태 가정)
- 일당 비용: 79원
신상 구매 (정가 359,000원)
- 구매가: 359,000원 (할인 시 270,000원)
- 세탁 비용: 15,000원 (관리가 더 쉬움)
- 재판매가: 180,000원 (3년 후 50% 가정)
- 실질 비용: 105,000원
- 사용 기간: 3년
- 일당 비용: 96원
일당 17원 차이. 커피 한 모금 값이다. 하지만 이건 '완벽한 중고'를 샀을 때 얘기고, 내 케이스처럼 하자가 있으면 이 계산은 완전히 뒤집힌다.
PM이 발견한 중고 거래의 숨은 변수들
스타트업에서 프로덕트 로드맵을 짤 때, 우리는 '알려지지 않은 미지수(Unknown Unknowns)'를 항상 경계한다. 중고 거래에도 이게 존재한다.
1. 충전재 복원 불가능성
패딩의 생명은 충전재다. 구스든 화학솜이든, 한 번 눌려서 뭉치면 완벽하게 복원되지 않는다. 판매자가 "2-3번 입었다"고 해도, 보관 방식에 따라 충전재는 이미 손상됐을 수 있다. 나는 이걸 "압축 이력(Compression History)"이라고 부른다. 이건 사진으로 절대 확인할 수 없다.
2. 세탁 히스토리의 부재
전 소유자가 어떻게 세탁했는지 알 수 없다. 드라이클리닝만 했는지, 물세탁을 했는지, 세제는 뭘 썼는지. 노스페이스는 제품별로 세탁 방법이 다른데, 잘못된 세탁은 제품 수명을 50% 이상 단축시킨다. 이건 디자이너 출신으로서 소재 특성을 알기에 더 민감하게 느낀 부분이다.
3. 심리적 감가상각
이건 계량화하기 어렵지만 실제로 존재한다. 신상을 입을 때의 그 기분, 택을 뜯는 순간의 만족감. 중고는 아무리 상태가 좋아도 "누군가 입었던 옷"이라는 생각이 완전히 지워지지 않는다. PM으로서 사용자 경험(UX)을 중시하는 입장에서, 이 심리적 마찰은 무시할 수 없는 비용이다.
그럼에도 중고가 합리적인 경우
모든 분석에는 맥락이 필요하다. 내가 다시 중고를 살 거냐고? 상황에 따라 Yes다. 다만 조건이 있다.
중고 추천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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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사용 목적 (1시즌 이하): 스키 여행용처럼 특정 목적으로만 쓸 거라면 중고가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6만 원에 사서 시즌 끝나고 5만 원에 팔면 실질 비용 1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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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용 첫 구매: 노스페이스가 내 체형에 맞는지, 스타일에 맞는지 모를 때. 중고로 먼저 테스트해보는 건 현명하다. 이건 MVP(Minimum Viable Product) 접근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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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티지 모델 수집: 단종된 특정 모델을 찾는다면 중고가 유일한 선택지다. 이 경우 가격이 아니라 희소성이 가치다.
신상 추천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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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이상 장기 사용: 일당 비용으로 따지면 신상이 더 합리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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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아우터: 겨울 내내 거의 매일 입을 옷이라면 신상의 퍼포먼스가 중요하다. 보온성 10% 차이는 체감 온도로는 2-3도 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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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르기나 위생 민감성: 이건 논쟁의 여지가 없다. 건강 > 돈.
내가 정리한 중고 거래 체크리스트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만든 실전 가이드다. 다음에 중고를 산다면 이 리스트를 100% 따를 것이다.
구매 전 필수 확인 (판매자에게 질문할 것):
- "정확한 구매 시기가 언제인가요? (영수증 있으면 더 좋음)"
- "총 몇 시즌 착용하셨나요?"
- "세탁은 몇 번, 어떤 방식으로 하셨나요?"
- "보관은 어떻게 하셨나요? (압축 보관 여부 중요)"
- "실측 사이즈 재주실 수 있나요? (어깨, 가슴, 총장)"
- "지퍼 영상 찍어주실 수 있나요?"
오프라인 직거래 시 체크포인트:
- 양쪽 주머니에 손 넣고 충전재 상태 확인 (균일한지, 뭉침 없는지)
- 지퍼 3번 이상 올렸다 내렸다 (뻑뻑함 확인)
- 안감 냄새 직접 맡기 (민망하지만 필수)
- 강한 빛에 비춰서 얼룩 확인
- 목 부분, 소매 끝 오염도 체크 (제일 먼저 망가지는 부분)
결론: PM의 최종 선택
6개월간의 실험과 분석 끝에 내린 결론은 이거다: 노스페이스 패딩은 신상을 할인 시즌에 사는 게 최적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패딩은 '기능성 제품'이다. 멋보다 따뜻함이 우선이고, 따뜻함은 충전재 상태에 직결된다. 중고는 이 핵심 가치가 이미 감소된 상태다. 디자이너 출신으로서 보면, 패딩은 소재의 물성이 곧 제품 가치인 아이템이다.
반면 니트나 코트처럼 구조가 단순하고 세탁이 쉬운 아이템은 중고도 충분히 좋은 선택이다. 실제로 나는 이제 모든 패션 아이템을 이 기준으로 분류한다: "중고 적합 vs 신상 필수".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가이드
만약 지금 노스페이스 패딩 구매를 고민 중이라면:
11월-12월: 전시즌 모델 40-50% 세일 노리기. 무신사, 29CM, 브랜드 공식몰 동시 체크. 가격 알림 설정 필수.
1월-2월: 이미 시즌 중반이라 신상은 비싸고, 중고는 많이 올라온다. 이때는 작년 모델 중고를 9만 원 이하로 사서 1시즌만 쓰고 파는 전략.
3월-4월: 시즌오프 세일의 천국. 내년 걸 미리 사두기 좋은 타이밍. 최대 60% 할인도 가능.
플랫폼별 팁:
- 당근마켓: 직거래 가능해서 상태 확인 쉬움. 하지만 가격 협상 스트레스.
- 번개장터: 가격 투명하고 판매 빠름. 택배 거래라 리스크.
- 크림: 정품 검증 있어서 안심. 하지만 수수료 때문에 가격 높음.
추천 제품: 노스페이스 1996 자켓 패딩은 클래식 모델로 재판매 가치가 높다. 디자인이 유행을 타지 않아서 3년 후에도 시세가 잘 유지되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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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중요한 건 '내가 이 옷을 어떻게 쓸 것인가'다. PM으로서 배운 가장 중요한 교훈은, 모든 결정에는 트레이드오프가 있다는 것. 중고냐 신상이냐는 정답이 없는 문제가 아니라, 내 사용 맥락에서 무엇이 최적인지 찾는 문제다.
당신의 선택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