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ist를 3년 쓰고 Things로 갈아탄 PM이 다시 Todoist로 돌아온 이유
할 일 앱을 7번 바꾼 사람의 고백
지난 3년간 나는 할 일 관리 앱을 최소 7번은 바꿨다. Todoist → Things → Notion → TickTick → 다시 Things → Obsidian → 그리고 다시 Todoist. 매번 '이번엔 찐이다' 싶었는데, 결국 돌고 돌아 원점이다.
PM으로 일하면서 가장 큰 스트레스는 역설적이게도 '일을 관리하는 일'이었다. 프로덕트 로드맵, 스프린트 계획, 이해관계자 미팅, 개인 OKR, 거기에 '언젠가 해야 할' 아이디어들까지. 머릿속은 항상 탭 50개가 켜진 크롬 브라우저 같았다.
디자이너 출신으로서 처음엔 당연히 Things에 빠졌다. 그 미니멀한 인터페이스, 부드러운 애니메이션. 하지만 6개월 후 깨달았다. 예쁜 건 예쁜 거고, 실제로 '일이 되게 만드는' 건 별개라는 걸.
Todoist가 이기는 단 하나의 이유: 필터
결론부터 말하면, Todoist를 다시 선택한 이유는 필터(Filters) 때문이다. 정확히는 Natural Language와 필터를 조합한 GTD 시스템 구현 능력.
Things의 문제는 명확했다. 'Today'와 'Upcoming'이라는 고정된 뷰만 제공한다는 것. 내가 원하는 건 그게 아니었다. 나는 이런 뷰가 필요했다:
- "@waiting 태그가 달리고 3일 이상 지난 태스크"
- "우선순위 p1이면서 오늘이나 기한 초과된 것들"
- "프로젝트 A와 관련되고 @quick 태그가 있는 15분 이내 태스크"
Todoist 필터 문법은 처음엔 좀 러닝커브가 있다. 하지만 일단 익숙해지면, 이건 그냥 할 일 관리 앱이 아니라 나만의 태스크 데이터베이스가 된다.
실제 내가 쓰는 필터 3개:
Next Actions
today | overdue & !subtask & !#Someday
Waiting For
@waiting & created before: -3 days
Quick Wins
@quick & (today | no date) & p1
Things에선 이게 불가능하다. Area와 Project로 분류는 할 수 있지만, 동적인 쿼리는 안 된다. 아무리 UI가 아름다워도,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일을 '볼 수' 없다면 의미가 없다.
Things가 여전히 나은 3가지
공정하게 말하자면, Things가 더 나은 부분도 분명히 있다:
1. 프로젝트 계층 구조
Things의 Project → Heading → Task 3단 구조는 직관적이다. Todoist는 Project → Section → Task → Subtask인데, Section이 필수가 아니라서 때때로 혼란스럽다. 큰 프로젝트를 계획할 때 Things의 구조가 더 명확하다.
2. 'This Evening' 개념
이건 진짜 천재적이다. 'Today'를 아침/저녁으로 나눠서 볼 수 있다. PM으로 일하면서 오전에는 미팅, 오후에는 실제 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구분이 실용적이다. Todoist에는 이게 없어서 아쉽다.
3. 애플 생태계 통합
Shortcuts, Widgets, Apple Watch. Things는 애플 네이티브 앱답게 완벽하다. Todoist도 위젯은 있지만, Things만큼 부드럽지 않다. 특히 Apple Watch에서 빠르게 태스크 추가할 때 차이가 느껴진다.
하지만 이 모든 장점을 합쳐도, 필터의 부재를 상쇄하지 못했다. 적어도 내겐.
GTD를 제대로 구현하려면
David Allen의 GTD(Getting Things Done)를 진지하게 구현하려고 하면, Todoist가 훨씬 유리하다.
GTD의 핵심은 'Context'다. @computer, @office, @home, @calls 같은 컨텍스트별로 태스크를 분류하고, 그 상황에 맞춰 일한다. Todoist의 레이블(Labels)과 필터가 이걸 완벽하게 지원한다.
Things도 태그가 있긴 하다. 2020년에 추가됐다. 하지만 태그 기반 스마트 리스트를 만들 수 없다. 태그로 필터링은 되는데, 저장된 뷰로 만들 수 없다는 게 치명적이다.
내 현재 Todoist GTD 시스템:
레이블 체계
- 컨텍스트: @computer, @office, @home, @calls, @errands
- 에너지: @high-energy, @low-energy
- 시간: @quick (15분 이내), @deep (1시간+)
- 상태: @waiting, @blocked
필터 활용
- "Focus": 오늘/기한 초과 + 컨텍스트별 필터링
- "Energy Level": 피곤할 때는 @low-energy & @quick
- "Weekly Review": 모든 프로젝트에서 다음 액션이 있는지 체크
이 시스템을 3개월간 돌린 결과, 태스크 완료율이 68%에서 87%로 올랐다. 측정 방법은 간단하다. 매주 일요일에 'completed last week' 필터로 확인한다.
실천 가이드: 어떤 앱을 선택할 것인가
Todoist를 선택해야 하는 경우:
- GTD나 복잡한 태스크 관리 시스템을 원한다
- 멀티 플랫폼 사용 (Windows, Android 포함)
- 협업 프로젝트가 많다 (공유 기능이 강력함)
- 자연어 입력이 중요하다 ("every Monday at 9am starting next week" 같은)
- 필터로 동적 뷰를 만들고 싶다
Things를 선택해야 하는 경우:
- 애플 생태계만 쓴다 (Mac, iPhone, iPad)
- 개인 프로젝트 위주다
- UI/UX가 업무 동기부여에 중요하다
- 복잡한 시스템보다 직관성을 선호한다
- 계층적 프로젝트 구조가 필요하다
솔직히 말하면:
둘 다 훌륭한 앱이다. 하지만 '어떤 시스템으로 일할 것인가'를 먼저 정하고 도구를 선택해야 한다. 나는 그 반대로 해서 3년을 날렸다.
PM으로서 배운 교훈이 있다. "도구는 프로세스를 따라야 한다. 프로세스가 도구를 따라가면 안 된다." 할 일 관리도 마찬가지다.
마무리: 완벽한 앱은 없다
지금도 가끔 Things가 그립다. 특히 피곤한 저녁, Todoist의 필터 목록을 보면서 '이게 너무 복잡한 거 아닌가' 싶을 때. Things 열면 그냥 'This Evening' 딱 하나만 보면 되는데.
하지만 결국 돌아오게 된다. 왜냐하면 PM으로서 내가 다루는 태스크는 단순하지 않으니까. 15개 프로젝트, 50개 액티브 태스크, 다양한 컨텍스트. 이걸 제대로 관리하려면 강력한 도구가 필요하다.
완벽한 앱은 없다. 다만 '지금 내게 맞는' 앱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건 시간에 따라 바뀔 수 있다.
당신은 어떤가? 할 일 앱을 몇 번이나 바꿔봤는지, 그리고 지금 쓰는 앱이 정말 당신의 '시스템'을 지원하는지 한 번쯤 점검해보길 추천한다.
P.S. 이 글을 쓰면서도 Things 14일 무료 체험판을 다시 깔아봤다. 역시 아름답다. 하지만 지우는 데는 5분밖에 안 걸렸다. 성장한 걸까?